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는 주식시장이나 선물시장에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질 때, 시장 참여자들에게 냉정하게 투자 판단을 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든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전기 회로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회로를 차단하는 ‘회로 차단기’에서 유래한 용어로, 주식시장에서도 과도한 충격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1987년 10월 뉴욕 증시가 22.6% 폭락한 ‘블랙 먼데이’ 사태 이후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증권시장에서 채택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어,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킷 브레이커의 발동 조건
서킷 브레이커는 시장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2024년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코스피(KOSPI) 또는 코스닥(KOSDAQ)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이 1분간 지속될 때, 20분간 모든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가 중단됩니다.
- 2단계: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15% 이상 하락이 1분간 지속될 때, 다시 20분간 거래가 중단됩니다.
- 3단계: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20% 이상 하락이 1분간 지속될 때, 그 즉시 당일 시장 거래가 조기 종료됩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개장 5분 후부터 장 마감 40분 전(14시 50분)까지 발동할 수 있으며, 각 단계별로 하루에 한 번만 발동이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우 S&P 500 지수가 7% 이상 하락하면 1단계(15분 정지), 13% 이상 하락하면 2단계(15분 정지), 20% 이상 하락하면 3단계(당일 거래 종료)로 운영됩니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시 시장 절차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해당 시간 동안 모든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가 중단됩니다. 20분의 거래 정지 이후에는 10분간 동시호가(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주문을 받아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가 재개됩니다.
단일가매매란 일정 시간 동안 주문을 모아 한 번에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3단계(20% 이상 하락)가 발동되면, 그 즉시 당일 시장 거래가 완전히 종료되어 더 이상의 매매가 불가능해집니다.
서킷 브레이커의 도입 목적과 효과
서킷 브레이커의 가장 큰 목적은 시장의 과도한 공포와 패닉 매도를 진정시키고,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냉정한 판단의 시간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비이성적인 매도를 하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의 추가적인 하락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여 시장의 질서와 안정성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당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서킷 브레이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지표 악화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할 때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사례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등 대형 위기 때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4번 이상 발동된 기록이 있으며, 이는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셈입니다. 2024년에도 미국 실업률 급등 등 글로벌 악재로 인해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한국 증시에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사례가 있습니다.
내가 겪은 서킷 브레이커
20년 3월 당시 아침부터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미국 증시가 밤새 10% 가까이 폭락했다는 소식에, 개장 전부터 투자자 커뮤니티와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는 불안과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코스피는 장 시작과 동시에 2% 넘게 급락했고, 불과 한 시간 만에 낙폭이 5%를 돌파했습니다.
오전 11시, 결국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정지됐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추락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낙폭은 더욱 커졌고, 오후 2시 무렵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하면서 결국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20분 동안 모든 주식 거래가 멈췄고, HTS 화면에는 ‘거래 정지’ 메시지가 떴습니다. 코스피는 -8.39%, 코스닥은 -11.71%까지 추락하며, 주식 투자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의 한계와 투자자 유의점
서킷 브레이커는 시장의 급격한 하락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투자자 보호에 기여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의 하락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자체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서킷 브레이커 발동의 배경을 분석하여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이를 투자 전략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에서 풋옵션 등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에게는 서킷 브레이커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와 관련된 기타 시장 안정 장치
서킷 브레이커 외에도 시장에는 다양한 안정 장치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이드카’와 ‘변동성 완화장치(VI, Volatility Interruption)’가 있습니다.
- 사이드카: 선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 변동성 완화장치(VI): 개별 종목의 가격이 일정 폭 이상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하여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장치들은 모두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결론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시장 안전장치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하지만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이므로,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시장 안정 장치를 이해하는 것은 주식 투자에 있어 리스크 관리와 현명한 투자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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