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어젯밤 델리 Delhi Junction역에서 기차를 탔다.
2A 등급을 탔는데 아래층에는 젊은 부부가 탔다.
부부도 바라나시를 간다고 한다.
행사에 참가하러 간다고 하는데 밤 늦게에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
인도 기차는 정차역 중간마다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새벽이 되니 남자가 코를 너무 곤다.
내 옆자리에는 중간에 나이 먹은 남자가 탄 것 같은데 이부자리를 정리하느라 계속 부스럭거린다.
열차는 에어컨 때문에 상당히 추웠다.
가져간 침낭 속에 누워 보았으나 찬기가 계속 들어온다.
위에다 기차에 마련된 담요 등을 덮었으나 아득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겨우 잠을 들기는 했는데 중간중간 깨다 보니 선잠만 잔다.
다행히 기차를 정시에 도착한다.
기차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따뜻해서 그나마 기차 안에서 추웠던 몸을 좀 녹일 수 있었다.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도시라고 여기는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갠지스강이 있다.
역 앞을 나서기가 무섭다. 수많은 택시와 툭툭이 있다. 우버는 잘되지 않는다.
구글맵을 체크해 보니 걸어가면 대충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어차피 택시를 타고 일찍 숙소에 도착해도 체크인 시간은 낮 12시부터 이다.
체크인 시간이 애매해서 몸도 녹이고 시내도 구경할 겸 천천히 걸어가기로 한다.
고돌리아 삼거리
수많은 툭툭 기사의 요청을 뿌리치고 고돌리아 삼거리를 목표로 해서 걸어간다.
지금까지 구글맵을 이용해서 걸어가면 대게는 좁은 골목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차량 이용을 선택하면 큰길로 안내하여 좁은 골목을 피해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다.
큰길을 따라 시내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중간에 수많은 툭툭 기사가 흥정을 해온다.
다 뿌리치고 걸어가는데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자전거 릭샤를 타라고 자꾸 이야기한다.
숙소까지는 거의 절반 이상 걸어온 상태인데 타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도 요청을 하길래 못 이기는 척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200루피를 달라고 한다.
하지만 바라나시 역에서 고돌리아 삼거리까지 100루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이미 절반 이상 걸어온 상태인데 200루피를 주고 갈 수는 없었다.
하도 측은해 보이기도 해서 100루피에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타라고 한다.
릭샤 뒤에 타보니 승차감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릭샤를 끄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온 힘을 다해 일어서듯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다.
괜히 마음이 찡해서 안절부절못했다.
릭샤를 타고 가니 주위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고돌리아 삼거리에 도착해서 100루피를 주니 조금만 더 달라고 한다. 20루피를 더 주었더니 좋아한다.
하차지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무슨 축제가 있다고 하는데 단체로 전국에서 온 듯하다.
넓은 길이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거기에다가 소음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겨우 가트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간다.
길옆으로는 옷을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축제에 참석할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을 파는 것 같다.
갠지즈 강
가트 쪽으로 약 10분 걸어가니 갠지스강이 보인다.
말로만 갠지스강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배들이 보인다. 일단 숙소를 찾아간다.
숙소에 갔더니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방만 맡기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진 식당으로 가서 치킨 볶음밥을 하나 시킨다.
계속 인도 음식 및 패스트푸드를 먹었더니 속도 느끼해서 밥을 먹고 싶다.
치킨 볶음밥이 나왔는데 길쭉한 쌀에 간장과 치킨을 넣고 볶은 듯한 비주얼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꾸역꾸역 먹는다.
아무래도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상점들은 문을 많이 열지 않았고 조식을 판매하는 식당만 보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강가의 가트 쪽으로 가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있다.
온몸을 물속에 담그고 두 손을 합장하면서 기도도 한다.
그 물을 입속에 넣고 마시기도 한다.
거의 낮 12시가 다 되어서 숙소에 들어가니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젊은 인도인 부부도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 인사를 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여자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K-POP도 알고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신혼여행을 왔냐고 물어보니 부부는 고락푸르라는 곳에서 왔으며 바라나시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하여 2박 3일 일정으로 왔다고 한다.
1층에 방을 배정받고 들어가니 창문이 바로 길옆이다.
창문도 잘 닫히지 않아서 불안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밤에 잘 때는 지나다니는 사람들 소음이 다 들리고 개 짖는 소리도 심하다.
바라나시의 첫날은 휴식을 취하고 내일 여행할 곳을 준비해 본다.
가트 구경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선다.
숙소는 Dashashwamedh Ghat에서 약 1분 거리여서 매우 가깝다.
Dashashwamedh Ghat는 가트 중 가장 활발하고 매일 밤마다 뿌자의식이 행해지는 곳이다.
오늘은 갠지스강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쭉 걷고자 한다.
가트를 따라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날씨도 선선해서 걷기가 좋다.
가는 길에 구경을 하면서 가장 크다는 Assi Ghat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려서 걸어간다.
가면서 사진도 찍고 목욕하는 사람도 보고 건물도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Assi Ghat에서 약 30여분 정도 쉬었다가 가트 위쪽으로 올라가서 숙소까지는 골목을 통하여 걸어온다.
골목이 좁고 굽이굽이 하지만 연결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골목을 따라 걸어가면서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조식식당이 모여 있는 곳까지 왔다.
Mona Lisa Cafe에 오니 서양인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거기에서 토스트와 커피 조식을 먹었다.
사원을 방문하기 위해 골목길로 사람들이 선 줄이 수백 미터에 이른다.
곳곳에 경찰이 소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다.
라씨
오는 길에 바라나시 3대 라씨의 한 곳인 바바라씨집에 들러 본다.
숙소 하고는 가까워서 들러보니 문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이 주인은 자기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는다고 했다.
일정한 영업시간이 없어 늦게 문을 열 때도 있고 일찍 닫을 때도 있어 관광객들이 불만을 가지기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니 맛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가보니 일본인들이 서너 명 있다.
라씨는 맛이 있었다. 오늘 하루도 긴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온다.
숙소 주인이 매우 잰틀하고 잘 생겼다.
나이는 40대 초반인데 금년초에 일본에 다녀왔다고 한다.
오는 길에 한국에 하루 들렸는데 한국의 인상이 좋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본인이 채식주의자인데 그것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서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란, 생선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놀랍기도 했지만 그들이 삶이니 존중해 주어야 되지 않나 싶다.
뿌자의식
바라나시에서 매일 거행되는 제사이다.
아르띠 뿌자는 힌두교에서 창조와 파괴를 의미하는 신인 시바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으로 약 10여 명의 브라만 사제에 의해 의식이 거행된다.
Ghat로 나왔다.
사람들이 계단을 따라 엄청나게 앉아 있었으며 앞쪽으로 가니 의자를 놓여 있다.
의자는 아마 신자나 예약을 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뿌자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는 의식이 열리는 바로 앞쪽의 2층, 3층 건물 옥상이었는데 그곳은 벌써 서양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도 그곳으로 갈려고 하니 자리 하나당 200루피씩 달라고 한다.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냥 나와서 바로 옆에서 구경을 한다.
의식을 진행하는 사제들은 나이들은 젊다.
얼굴도 흰색이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
계급으로는 브라만이 아닐까 싶다. 의식은 약 1시간 정도 계속되는 것 같았다.
내용은 잘 몰랐지만 그래도 경건하게 의식이 치러진다.